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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의 OSX Lion 버젼에는 마우스 스크롤 방향을 변경하는 옵션이 있습니다.
처음 OSX Lion이 나왔을 때 이 옵션이 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대체 이 기능을 누가 쓰지? 이렇게나 불편한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능이 무엇인가 하면 마우스의 스크롤 휠을 내리면 화면이 올라가던(아랫쪽 화면을 볼 수 있던) 기존 방법과는 달리 마우스의 스크롤 휠을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면 화면이 내려가는(아랫쪽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그리 엉망인 기능은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어머니께 처음 컴퓨터를 가르쳐 드릴 때 화면을 내리기 위해서(아랫쪽 화면을 보기 위해서) 마우스의 스크롤 휠을 올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화면에 있는 스크롤바를 내린다는 개념으로 마우스의 스크롤휠을 내렸고 화면의 스크롤바가 내려갔기 때문에 화면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2+2가 4라는 것에 특별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 처럼요. 처음 배울 때 그렇게 배웠으니 이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저에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인터넷의 화면을 내리기 위해서 마우스의 휠을 올렸습니다. 이는 마우스의 휠을 올리니 화면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움직임의 주체가 사람이 되어서 마우스의 휠을 올리는 행동으로 화면 자체를 올려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모니터에는 아랫쪽의 화면이 나올테고 이는 기존에 우리가 화면을 내린다는 표현의 결과인 것입니다.
결국 기존처럼 스크롤바를 움직이느냐 새롭게 화면자체를 움직이느냐의 차이인 것입니다.

말장난 처럼 어지럽게도 위에 적었지만 사실 이 방법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매일 하고 있는 행동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할 때 아랫쪽의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는 손가락으로 화면 자체를 위로 올려서 아랫쪽의 화면을 보겠다는 행동입니다. 정말 너무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우스 사용법을 모르셨던 어머니께서는 아랫쪽의 화면을 보기 위해서 너무나 당연하고 본능적으로 마우스의 스크롤을 올리셨던 것입니다. 게다가 OSX의 옵션에서는 이 기능에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말 그대로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화면을 이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디바이스들 처럼요...

실제로 UX의 측면으로 본다면 이 방법이 옳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롤 휠을 내리면 화면이 올라가던(아랫쪽 화면을 볼 수 있던) 기존의 방법에 습관이 들어버린 저는 마우스 휠을 올려서 화면을 올리려던(아랫쪽 화면을 보려던)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UX라는 것 자체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옳고 그름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할 때, 습관이라는 것이 사용자들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니, 과장해서 습관이 바로 사용자경험이겠죠.

이제는 반대로 어머니께서 기존의 방법에 익숙해지셨고 제가 스크롤 방향을 자연스럽게 설정해서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옳은 방법인지는 확실히 아직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마우스의 스크롤 휠 방향을 종종 착각하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또 마우스 배터리를 바꿔줘야 겠네요.
매직마우스는 배터리 먹는 귀신이에요... ㅎ

Posted by KIMCHUL
Technology 2012. 4. 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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