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입장에 따라서 제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상황에 맞게 읽어주십시오.
몇주 전 한성컴퓨터에서 나온 아이비브릿지 탑재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가성비의 한성' 이라는 말에 걸맞게 가격에 비해서 높은 사양을 자랑하는 제품이었습니다. 현재에도 다나와에서 노트북 전체 히트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기에 큰 망설임 없이 오픈마켓을 통해서 구매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배송되어 온 제품에는 중앙쪽에 핫픽셀이 한 개 존재했습니다. A존을 살찍 비켜선 부분이지만 눈에 굉장히 거슬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오픈마켓을 통해서 환불절차를 밟았습니다.
여기서부터가 한성과 저의 공방입니다.
반품 된 제품은 제가 반품사유로 픽셀문제를 적었기 때문에 수리센터로 넘어갔고 수리기사님으로부터 핫픽셀로 인한 환불은 불가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사님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4개 이하의 불량화소는 불량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1개라도 불량은 불량입니다. 단지 제조사별로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규정상' 불량으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제조사 스스로 정한 것 뿐이지 분명 불량입니다. 하지만 기사님은 불량이 '아니다' 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더 말을 섞어봐야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다면 1주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단순변심으로 환불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기사님은 본인은 해당 절차를 밟아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문의를 해야하는지를 제가 물었고 전화번호를 한 개 받아내어 바로 다시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서비스센터에서 전화를 받았고 역시 똑같은 환불불가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패널 수리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소비자가 새제품을 구입하자마자 수리를 하고 싶겠습니까. 저는 그 방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고 실랑이 끝에 서비스센터에서는 그럼 새제품으로 교환을 해주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저는 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새제품을 주는 것과 환불을 해주는 것이 대체 뭐가 다르기에 새제품으로 교환은 되는데 환불은 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질문에 서비스센터에서 저에게 준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을 개봉했고 컴퓨터를 부팅했기 때문에 단순변심에 의한 환불은 불가하다.'
제품 박스에 있던 스티커를 훼손했기 때문에 그 스티커에 적힌대로 개봉 후엔 반품이 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이미 그 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소보원을 통해서 각 회사에 시정명령이 내려갔을테고 그 기억으로 서비스센터의 상담원께 다시 물었습니다.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 알고계시지 않느냐?'
'그렇다면 제품 박스를 열지 않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그리고 컴퓨터를 켜지 않고 불량화소를 체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박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만으로 제품의 불량을 알아차리고 환불을 할 수 있느냐? 나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인가?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
서비스센터로서는 제가 진상손님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제품의 불량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제품은 불량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제품이라면 물론 불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성컴퓨터 같은 중소기업의 경우 검수의 소홀함이나 단가를 낮추기 위한 이유등으로 제품에 불량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제품의 불량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규정'만을 고집하면서 모든 피해를 소비자에게 넘기는 행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단지 한성컴퓨터라는 제품을 구입한 잘못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핫픽셀이라는 제품 불량으로 환불절차를 밟았고 그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순변심으로 환불절차를 밟았습니다. 물론 1주일이라는 그들의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환불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컴퓨터를 사용하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느 소비자가 제값을 다 내고 중고품, 수리품을 사고 싶겠습니까? 저는 한성이 소비자에 대한 신의를 져버렸다고 판단하여 고집스럽게 환불절차를 밟았고 오픈마켓 측으로 부터 몇일 후에 환불계좌로 입금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또 아쉬운 점은 다시 연락을 해주기로 했던 한성측으로부터는 그 후로 전혀 연락이 없었고 제가 직접 오픈마켓에 연락을 취해서 제 환불계좌로 입금이 대기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불량은 감수해야 한다거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느정도의 피해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새차를 구입했는데 사자마자 범퍼에 흠집을 발견하고 환불을 요구하자 범퍼를 갈아주는 것 밖에는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규정'이라는 것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 규정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느정도의 기준은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조사는 팔았으니 그 다음은 나몰라라 하는 것은 제조사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일 것입니다. 그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제조사의 잘못으로 인해서 소비자가 피해를 뒤집어 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 고집스럽게도 환불절차를 밟은 것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에 따라 저를 진상이라고 보실 분도 계실테고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은 다른 아이디어를 얻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명백히도 단 하나 입니다.
"제조사의 잘못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입니다.
한성컴퓨터라는 국내 제조사가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국내 제조사이기 때문에 스펙의 구성또한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고 원하는 구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최소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어이없는 구성의 사양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아마 앞으로 제가 한성의 제품을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한성컴퓨터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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