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안된다던 잡스 보란듯...? 삼성의 승부수?

via 한국일보

 2002년부터 태블릿PC(아이패드)를 비밀리에 개발해 오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입력 장치로 절대 펜만은 쓰지 않겠다는 것. 잡스는 "태블릿PC는 키보드(자판)나 스타일러스 펜이 딸려 있으면 절대 안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건드려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펜이나 자판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며, 오직 터치스크린 방식만이 최선이라고 그는 믿었다.

그런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삼성전자는 28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타일러스펜을 이용한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노트를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펜 입력 방식이 디지털기기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펜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펜은 뭉툭한 손가락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해 스마트기기를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갤럭시노트로 촬영한 사진에 펜으로 낙서를 하거나 손글씨를 써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등 과거 손글씨의 향수를 살리는 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문보기

자...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제 생각에 잡스옹은 iOS 디바이스들을 철저히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 규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제품에서 펜은 확실히 불필요한 존재입니다. 왜냐고요? '펜'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쓰는 도구 입니다. 삼성도 스스로 펜으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 뿐 아니라 필기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필요한 메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갤럭시노트라고 이름지었다고 했습니다. 삼성도 '펜'이라는 것이 글을 적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알고 갤럭시노트에 도입한 것입니다. 무언가를 적는다는 행위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즉,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도구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 '펜'이라는 것은...
간단한 메일을 보내거나 메모를 하는 정도의 피드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컨텐츠 생성을 위한 도구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스마트폰에서 (물론 삼성은 갤럭시노트가 새로운 개념의 디바이스라고 이야기 했지만요) 펜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지 않다. 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삼성의 햄틱시리즈에는 펜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펜이 포함된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의 터치방식이 감압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감압식의 경우 디스플레이를 누르는 범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펜을 이용해서 정밀한 조작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이 정전식입니다. 굳이 펜이 아니라도, 삼성에서 뭉뚝하다고 이야기했던 손가락으로도 얼마든지 정밀한 터치가 가능합니다.
물론 글씨를 쓰는 등의 행위에는 제약이 있습니다만 스마트폰을 소비형 디바이스로 본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삼성이 갤럭시노트에 펜을 포함시킨 것은 삼성측은 갤럭시노트를 생산형 디바이스로 보고 있다는 전제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국 삼성은 차별화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애플은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부분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고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에 펜을 포함시키면서 기존의 스마트폰도 아니고 타블렛PC도 아닌 새로운 개념의 디바이스를 출시한 것으로 판단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을 새롭다고 받아들이느냐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삼성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펜이 디지털기기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드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손가락이 더 아날로그적이지 않나요? 펜이 손가락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진에 낙서를 더하거나 손글씨를 보내는 등의 행위는 이미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그 일을 더 정밀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갤럭시노트가 매력적이겠지만 그런 일을 하려고 굳이 펜이라는 도구를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손가락터치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얼만큼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의도를 얼마나 사용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의 승부수가 얼만큼 통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