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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화 주 관객층인 10~30대는 텍스트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다. 비주얼에 경도된 시대를 살아왔다. 그만큼 뛰어난 비주얼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지고, 떨어지는 내러티브적 완성도는 큰 문제로 와 닿지 않는다. 또한 20여년에 걸친 러브콜 끝에 마침내 신세대는 무협지보다 SF/판타지를 더 살가워하게 됐다. 종합하자면, 현재 영화 주 관객층에게 ‘아바타’는 ‘최고의 문화상품’이 맞다. 가히 혁명적인 상품이다. 김수현 작가 변을 빌자면, ‘현란한 시각 홀림’ 하나로도 되는 것이다. ‘따분하고 단순한 이야기’는 복잡하고 낯선 내러티브에 짜증내는 신세대에 오히려 강점이다.

 

원인은 또 다시 경제 불황 정서로 귀속된다. 경제 불황기 특유의 반기업 정서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바타’도 ‘아이폰’도 모두 대기업이 만든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제 불황기에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진다. ‘나와 더 빈번히 접촉되는 쪽’ ‘나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쪽’이 ‘적’으로 간주된다. 얄미운 국내 대기업 상품보다는 차라리 해외상품을 사주고 싶다는 괴심리가 발동한다. 이 같은 튕겨내기식 반발심리가 ‘아바타’와 ‘아이폰’의 ‘해외상품’이라는 걸림돌을 치워주고, 집단주의적 신봉의 길을 열어줬다고 봐야한다.

 

원문보기

 

문화비평을 하시는 분들의 칼럼을 읽다보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음과 동시에 본질을 왜곡하고 살짝 비켜가는 듯한 인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뭐... 꼭 위 원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요 ㅎ

 

아바타를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뒤틀린 심리가 있어서 남들이 너도나도 봤다고 하는 영화는 보지않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실미도', '해운대', '친구' 등 사람 많이 들었다고 하는 영화들 중 제가 제대로 본 영화는 없습니다.

TV에서 해줄 때 지나치며 잠깐씩 본게 전부죠...

제가 영상일을 하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왜 아바타를 보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너 같은 사람이 꼭 봐야한다며...

그래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거 본다고 내 결과물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ㅎ

근데 위 기사와 김수현씨의 트윗을 보고 난 후 영화를 봤습니다.

 

김수현씨가 아바타를 비판했다는 트윗을 저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기사에 올라온 것들을 짜집기해서 본것 뿐이죠

“창작물로가 아니라 현란한 시각 홀림으로 밖에는… 이미 봤던 장면들, 설정들 짜깁기를 스리디(3D) 기법으로 확대 재탄생시킨 거 아닌가요?”

김수현씨의 트윗 중 하나라고 위 원문 기사에 나온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3D로 탄생 시킨 것 뿐입니다.

하지만 김수현씨께서는 글을 쓰시는 분이다보니 글을 쓰는 것만이 창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현란한 시각홀림이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미디어는 언어입니다.

영상은 언어죠 더이상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영상이라고 하지 않고 종이 위에 글로 쓰이는 것만을 언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제이크 설리가 투루크를 타고 포탄이 빗발치는 비행정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어떤 표현으로 설명하시겠습니까?

비행정이 일으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시겠습니까?
대체 몇개의 단어로 저 장면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언어는 분명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단 한줄의 글로 지구의 탄생까지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상은 그것을 바로 눈앞에 보여줍니다.
어느누구에게는 백마디, 천마디의 말보다 더 좋은 언어일수 있다는 것이죠

 

서사구조는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그 서사구조 만큼이나 비쥬얼을 중요시 합니다.

내러티브가 부실하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설정은 짜집기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어디선가 봤음직한 화면이고 이야기들입니다.

아바타는 누가봐도 재패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부분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이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오시이 마모루가, 또 어느부분에서는 야마가 히로유키가 나타납니다.
설정의 설정이 무엇이든,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설화를 가져왔건 눈에 보이는 것은 분명 재패니메이션의 그것들이죠
게다가 카메라는 '클로버필드'나 '공각기동대'의 그것과도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 앞에서 재패니메이션과 이미봤던 장면들, 설정들을 짜집기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그 전의 것들을 차용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바타는 이미 영상 자체가 언어이고 설정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김수현씨께서 말씀하신 시각적홀림 이겠죠?

시각의 화려함으로 네러티브의 부족함을 보충한다는 뜻인가요?

분명 너무 긴 이야기를 영화라는 한정된 런닝타임 안에 담아내려다보니 부분부분 개연성은 부족해 보이고 마치 점프컷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루크막토가 되는 과정의 설명도 없고 마지막 장면도 너무 뻔합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그 정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합했던 것 뿐입니다.

아바타가 김수현식의 복잡하고 복잡한 서사구조를 가진다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사람들은 그 이야기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질려버릴 것입니다.

이것은 원문에서 처럼 10~30대가 텍스트의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고 복잡하고 낯선 내러티브에 짜증내는 세대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이 아바타에서 볼 수 있는 최선의 스토리라인이기 때문입니다.

 

신세대가 이야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뭐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에 차이가 있고 그 양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외화 1000만 관객'이라는 대한민국 영화의 최후 보루가 무너졌다면서 애국심의 방패가 부서졌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들만하니까 천만관객이 영화를 관람했고 아이폰도 팔릴만 하니까 그만큼 판매가 이루어 진것입니다.

S기업의 어딘지 뒤틀려있는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은 것에는 반기업적인 행위 또한 포함되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경제불황 정서와 반기업 성향, 반발심리 만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이미 시류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도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바타를 보고 난 후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감동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스토리가 빈약해서도 아닙니다.

단지 제가 조금 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텍스트시대를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하기 때문도 아니고 스토리가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도 아니며 내가 대한민국의 영화를 목숨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단지 나에겐 아바타보다 더 좋은 영화가 있개 때문입니다.

 

 

PS. 기사와 영화를 보고 특별한 생각의 정리 없이 쏟아내듯 써내려간 포스트라 문장이 들쭉날쭉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서사구조를 무시하는 신세대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ㅎㅎ

Posted by KIMCHUL
Comments 2010. 5. 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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