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우리를 해치지 않아요, 하지만...

오늘 미입금된 통신요금을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포맷 후 처음으로 인터넷뱅킹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포맷 후 처음으로 인터넷 뱅킹에 들어가는 만큼 수 도 없이 깔릴 엑티브액스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은행이 우리의(저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하나하나 캡쳐해 보았습니다.
(음.. 미처 캡쳐하지 못한 창도 두어개 됩니다. )

잔고가 모자라 통신요금이 미입금된 하나은행의 통장을 촉촉히 적셔주기 위해서
그나마 잔고가 있는 국민은행의 사이트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많이 보셨음직한 소프트웨어를 깔라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저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도대체 알수가 없지만
설치하지 않으면 내 통장에 내가 접근하는 것도 허가할 수 없다고 하니 살포시 설치를 누릅니다.

대충 이런 메시지도 뜨는군요
제 개인정보를 지켜주기 위한 프로그램일텐데 제 윈도우는 이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없나봅니다.

이것도 역시 많이 보신 소프트웨어죠?
이름자체도 프로텍트입니다. 서큐리티와 센터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해서 신뢰도를 높입니다. ㅎ
게시자인 잉카인터넷 주식회사는 설마 잉카에 있는건 아니겠죠?... (죄송합니다. 막던져봤습니다.)

이녀석은 이름을 보아하니 키보드보안에 관한 소프트웨어 같습니다.
국민은행은 제 키보드에 심각한 해킹장치라도 되어있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일단 이정도를 깔고나니 로그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왠지 예전에 비해서 제 컴퓨터를 무단점거한 알수없는 소프트웨어가 줄어든 느낌이라 서운했습니다.
국민은행 사이트에서 이체를 마치고
제 얼마 안되는 돈이 제대로 이체되었나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하나은행 사이트로 가봤습니다.

국민은행은 주소창 밑에 노란색줄을 추가해서 프로그램 깔라고 이야기 하더니
그래도 하나은행은 따로 메시지창을 띄워주네요
덕분에 클릭 횟수가 한 번 더 늘었지만요 ㅎ

이녀석은 국민은행이나 혹은 다른 사이트에서 이미 깔았던 녀석 같습니다.

왜일까요?
국민은행에서 깔았던 것을 또 깔라고 나오는군요
윈도우는 신뢰할 수 없는 게시자라고, 사용자의 컴퓨터에 피해를 줄수도 있다고 하는데도
두번씩이나 깔아대는군요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나왔습니다.
프린트메이드... 게시자의 이름에도 메이드가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프린트메이드의 '메이드'는 큰 의미 없을 것 같고 프린트라는 이름만으로 봐서는
모니터출력이나 인쇄에 관한 소프트웨어일까요?

이번에도 국민은행에는 없던 소프트웨어군요
안랩, 안철수연구소의 소프트웨어인 것과 소프트웨어의 이름을 봐서
온라인용 백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제 컴퓨터에는 이미 V3보다 더 성능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랩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스톨하기 싫어서 설치안함을 눌러봤습니다.
다행히도 이 소프트웨어는 인스톨을 하지 않아도 로그인을 하는데에는 지장이 없군요
물론 들어갈때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인스톨하라는 경고창이 뜨긴 하지만요...

하나은행도 여기까지의 설치를 마치고 로그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 은행사이트에 로그인을 하기위해서 3~5개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국민, 하나가 아닌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은행들의 이런 행동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은행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고 고객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위 소프트웨어들은 그런 예방의 일환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체 왜 유독 대한민국 은행들이 안전을 이유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강요하느냐는 것입니다.
고객의 정보를 지키기 위해서요?
고객의 정보는 고객이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웹 액세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더 안전을 위한 방법 아닐까요?

외국에 계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 은행들은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인스톨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에 외국은행을 이용할 일은 없었지만
이베이를 통해서 페이팔을 여러차례 이용했었습니다.
물론 페이팔은 은행이 아닙니다. 단순히 신용카드를 이용하게 해주는 사이트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금융거래를 위한 사이트죠
(Paypal은 ebay의 결재시스템중 하나로 이베이는 한해 600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이베이의 판매자중 대부분이 페이팔을 결재시스템중 하나로 이용합니다. )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거래를 소화해내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페이팔도 어떤 프로그램 하나 인스톨 하지 않고도 이상없이 안전하게 이용가능합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플랫폼에서도 문제없이 작동을 합니다.

엑티브엑스를 이용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를
분명하게 이야기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엑티브엑스는 웹표준이 아니며 MS에서도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고, 엑티브엑스로 인해서 윈도우와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사용자가 아니면 해당 사이트에 접근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누가 이런 상황을 정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엑티브액스를 고집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익스프로러가 아니어도 사이트의 이용이 가능하게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해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요?

인터넷뱅킹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고에 더 주의해야하고 안전에 힘써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어딘지 이상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야 하는 당연한 상식을 당연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