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카메라를 믿으세요

 

예전엔 종종 사진이나 카메라에 대해서 저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편하게 물어오셨던 것이겠죠

 

그런 질문 중에서 유독.. 까지는 아니지만 매뉴얼모드에 대한 질문이 꽤 있었습니다.

질문들에 대해서 제가 알고있는한 최대한 대답을 해주긴 했지만

사실 저는 매뉴얼모드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매뉴얼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카메라가 제 머리보다 정확하기 때문이죠

 

물론 극한의 상황이나 노출이나 촛점을 잡기에 애매한 상황에서는 매뉴얼모드가 필요하고 또 그런 상황에서는 저도 매뉴얼모드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 토이카메라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RF를 주로 사용했었기 때문에 매뉴얼모드를 사용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SLR을 사용할 때는 50%는 A모드를 사용하고 30%는 S모드 18%는 P모드, 그리고 2%만을 M모드 즉 매뉴얼모드를 사용합니다. (수치는 정확한 것이 아니라 대충 저런 느낌이다라는 것이죠 ㅎㅎ)

노출을 결정짓는 것을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두가지로만으로 본다면 전 80%의 경우에 노출결정의 반을 카메라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18%는 전적으로 노출을 카메라에게 맡기는 것이죠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이유는 바로 카메라를 믿기 때문입니다.

날씨를 보고 노출값을 계산하느라 고민하기보단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즐거움을 더 가치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제가 똑딱이(자동 컴팩트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누르면 나머지는 카메라가 다 알아서 해주거든요

 

혹자는 그런 사진에 작가의 고민이 뭍어나겠느냐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고민없이 단지 셔터만 눌러서 찍는 사진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겠느냐는 말을 할지도요..

하지만 사진에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작가의 고민은 피사체를 향한 고민이지 노출값을 결정하기 위한 고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전에 전 작가가 아닌걸요 ㅎㅎ

 

값비싼 SLR을 구입해서 이리저리 폼도 잡아보고 사진사처럼 매뉴얼모드로 렌즈를 돌리고 노출다이얼을 돌리고 하면서 폼나게 찍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의 눈은 사실 정확하지 못합니다.

밝게 느끼는 실내지만 사실은 사진을 찍기엔 굉장히 어둡다라는 것을, 형광등이 필름을 거치면 녹색으로 나와버린다는 것을, 우리가 보는 태양의 빛이 시간마다 다른 색을 지닌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색과 밝기가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는 것과 카메라가 계산하는 것이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빛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스튜디오라면 매뉴얼모드가 더 좋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순간은 그렇지 못합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화이트밸런스, ISO, 빛의 방향 등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고 제대로 계산해내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전 지금 사용하는 컴팩트디카의 경우 98%를 P모드로 찍습니다. 2%는 씬모드죠...

오로지 ISO만을 제가 결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카메라에게 맡기는겁니다.

(ISO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 다시 포스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 어렵게 계산하는 것보다 셔터누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믿으세요

그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를 즐기세요

노출을 계산하는 머리는 카메라가 더 뛰어나도

피사체를 바라보는 눈은 사람이 더 정확합니다.

 

 

PS. 제 웹앨범을 보시면 이따위로 사진 찍는 놈이 무슨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느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저는 정말 프리하게 스냅을 찍거든요 ㅎㅎㅎ 요즘엔 구도에 대한 고민도 없습니다. 그냥 누릅니다. ㅋㅋ

하지만 저도 맘먹고 찍으면 꽤 봐줄만하게 찍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