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제가 속해있는 페이스북 한 그룹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부산 지하철 2호선입니다.
대충대충 만든 디자인...;;;;;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돈 받고 만든게 맞을까요?
정말 대충 만든 디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돈받고 만들었는지 그냥 무료로 작업을 한건지 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주 오래 일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일을 해오다보니 한가지는 알겠더군요.
바로 '결과물이 작업자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한가지 일에 연계되어 있는 사람들 또한 꽤 많죠. 클라이언트가 있고 돈이 오고가는 일의 경우 그 돈이 크든 작든 생각보다 많은 의견교환이 이루어 집니다.
작업자의 실력이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다면 굉장히 부드럽게 일이 진행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죠.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도 클라이언트가 붙으면 까이는게 일입니다. 조니 아이브라고 아이맥 디자인을 단 한번에 뽑아냈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뽑아 낸 세상에 다시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의 제품들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위 지하철 정보창 디자인도 저것을 디자인한 누군가, 그 사람의 실력이 형편없어서 저런 디자인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물론 정말 너무 초보적인 실력을 가진 디자이너라서 저런 결과물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더라도 그 사람을 단지 저 결과물로만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사실 굳이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고 싶다면 저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컨펌하여 통과시킨 클라이언트의 수준을 탓해야겠죠. 누구나 절대적인 미에 대한 관점은 있겠으나 또 동시에 각자 취향에 따라 미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릅니다 .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 그 기준이 달라지죠. 클라이언트의 수준이 저정도였기 때문에 저 디자인이 통과될 수 있었던겁니다. 하지만 또 동시에 클라이언트의 수준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것 처럼 누구나 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고 또 그 기준에 높고낮음을 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는 클라이언트가 좋다고 통과시켰다면 그게 옳은 디자인인 것입니다. 상업디자인에서는 그게 맞는겁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너무나 예쁘게 디자인 된 것들도 많이 볼 수 있고 또 이건 누가 했나 싶은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디자인들을 보고 예쁘다 혹은 이건 뭐야 등의 이야기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단,
그것만 보고 작품을 만든 작업자를 비난하진 마세요.
그냥, 작업자가 돈을 저정도 밖에 안받았겠거니 하세요.
디자이너도 저렇게 끝내고 싶진 않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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