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의 소송으로 IT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의 미디어에서 이에 대해서 다양한 시선의 논평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국내의 언론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은 '혁신을 멈춘 애플이 자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여 특허공세를 펼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애플의 혁신은 멈춘 것일까요?
발음 : [-씬]
형태분석 : [革新]
【명사】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
애플이 혁신을 멈추었는가를 논하기 전에 '애플은 혁신적이었나?'를 이야기 해야 합니다. 애플이 애플컴퓨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때 부터 분명히 애플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윈도우가 출시되기 전에 GUI를 이용한 OS를 세상에 내놓았고 그들의 컴퓨터인 매킨토시는 지금봐도 상당한 디자인입니다. 그들은 항상 미니멀리즘을 추구했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디자인 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OS는 물론 자사의 컴퓨터인 맥에서만 구동되지만 윈도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최적의 사용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런 머신과 OS가 결합된 맥은 오래전부터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디자인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애플은 항상 혁신적인 기업이었습니다. 그들이 시장을 압도한 적은 많지 않지만요.
애플의 혁신은 창조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의 혁신은 요즘 흔히 이야기 하는 '선택과 집중'에 더 가깝습니다. 흔히들 애플을 비하하면서 자기네 기술은 하나도 없으면서 시장의 기술들을 조합해서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맞습니다. 애플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게 애플의 혁신입니다.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거죠.
애플이 시장의 기술들을 조합해서 팔아먹는 기업이라면 왜 그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기술을 팔아먹지 못한건가요?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많은 휴대폰들은 직사각형의 바디와 둥근모서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터치폰은 있었습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사진도 찍었죠. 메세지도 보내고 메일도 보냈습니다. 동영상도 봤습니다. MP3 기술에 관한 특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먼저 확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아이폰에게 혁신이라고 하는건가요? 애플의 제품은 애플이 휴대폰을 만들기 훨씬 이전부터 있는 기술들을 조합해서 만든 그냥 아이폰일 뿐이잖습니까.
혁신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의미대로라면 애플은 정말 혁신이라는 말에 너무나 잘 맞는 기업이군요. '창조적인 기업'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말에는 더없이 딱 들어맞는 기업입니다. 애플이 혁신을 멈췄다는 대부분의 논평들은 '애플은 스티브잡스라는 인물 하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업이었고 이제 스티브잡스가 죽었으니 더이상의 혁신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반 정도는 맞다고 인정합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나가있을 때의 애플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맞는 말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팀쿡도 조나단아이브도 스캇포스텔도 지금의 위치에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애플이 지금과 같이 거대한 모습을 갖추기도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죠. 현재 애플의 주가는 660달러가 넘으며 700조가 넘는 애플의 시가총액은 세계기업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꼽을 수 있는 기업이 한명에 의존해서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그 한명이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단 한명의 존재로 혁신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그 혁신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애플이 혁신을 멈췄는지 어떤지는 다음주, 12일이면 확인이 될 것입니다. 2012년 9월 12일(미국시간)에 애플은 이벤트를 통해서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화면이 작아진 아이패드와 새로운 아이팟의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스티브잡스 사후로 실질적인 첫번째 새로운 모델인만큼 기대와 함께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벤트가 끝나면 애플은 주가는 소폭 하락할 것이며 ㅎㅎ(애플의 이벤트 후에는 늘 주가하락이 있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이벤트의 소식을 앞다투어 다루고 국내 미디어에서는 또 애플을 깎아내려 애를 쓸 것입니다.
아이폰4S가 출시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1년에 한가지의 아이폰을 내고있는 애플의 특성상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지 않고 있는 1년 동안은 늘 혁신을 멈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새로운 모델을 많이 내는 것이 언제나 혁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주면 발표 될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이 정말 혁신과는 멀어서 더이상 애플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제품이 어떻게 나오든 포털에서는 소위 앱등이들과 삼엽충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들을 달아댈 것입니다. 스티브잡스의 혁신이 그의 사후에도 애플에 이어질 수 있는지는 이번 이벤트에서 조금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전 까지 혁신이 멈춰졌다는 이야기는 애플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늘 혁신적이었고 지금도 혁신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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