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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DSLR이 없습니다. 뭐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곧잘 여기저기 사진을 찍기위해 불려다니는 것을 아시는 분이라면 의아해 하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DSLR이 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거창하기 때문이죠...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때 부터 제가 직접 SLR카메라를 구입한 일은 단 두번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그 두번도 몇개월 사용 후 다시 팔아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LR카메라가 더 좋지 않느냐? 그래도 사진을 찍으려면 SLR은 써야하지 않느냐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제 사진은 SLR로 찍지 않아도 됩니다.' 입니다.

제가 SLR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꽤 단순합니다. 
1. 크다
2. 무겁다
3. 비싸다

전 똑딱이를 사랑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의 똑딱이를 사랑합니다. 요즘에 출시되는 손바닥만큼 컴팩트하지만 온갖 기능을 다 포함하고 있는 하이앤드 카메라들이 아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전원을 켜고 단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정말 똑딱이를 사랑합니다. 
서점에 가보면 똑딱이로 사진찍기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 책들을 살펴보면 정말 똑딱이로 찍은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전부다 똑딱이를 가장한 하이앤드들이죠. 파나소닉의 LX5를 똑딱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시그마의 DP2x 같은 녀석들을 똑딱이라고 부르나요? 하지만 서점에 있는 똑딱이로 사진찍기 책들은 하이앤드 컴팩트 카메라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클래식 컴팩트 카메라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말 똑딱이라면 point & shoot에 맞게 그냥 누르면 찍히는 별다른 특별한 설정을 더할 필요 없는, 혹은 더할 수도 없는 그런 카메라들이어야죠. 필름카메라로는 롤라이의 프레고30 같은 녀석들이요. 이 아이는 롤라이라는 이름이 붙었어도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거든요 ㅎ 단촛점에 완전 자동카메라라 전원버튼과 셔터버튼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프레고30의 아웃풋 사진을 찾아보신다면 절대로 반하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똑딱이의 기준도 꽤 단순합니다.
1. 작을 것
2. 가벼울 것
3. 저렴할 것
4. 단순할 것

똑딱이는 일단 작고 가벼워야 합니다. 
요즘의 컴팩트 카메라들은 거의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처럼 주머니에 그냥 푹 찔러 넣고 다니다가 피사체를 발견했을 때 가볍게 꺼내서 찍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똑딱이는 주로 스냅을 찍게 되는 경우가 많고 스냅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찰나를 잡는 것입니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에서 큰 SLR 카메라를 꺼내고 렌즈캡을 벗기고 다이얼을 돌려서 셋팅을 잡고 피사체를 향해서 카메라를 들면 반셔터를 잡기도 전에 이미 피사체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냅을 위한 똑딱이는 작고 가벼워야 합니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요.
그리고 그렇게 주머니에 나름 험하게 들고다니기 위해서는 똑딱이는 값이 싸야 합니다. 백만원짜리 컴팩트형 하이앤드 카메라를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다니실 수 있으신가요? 하긴 백만원짜리 스마트폰도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하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군요. 

물론 저도 DSLR을 사용합니다. SLR카메라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SLR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사진을 찍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SLR은 그저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카메라일 뿐입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 입니다. 현재 저는 HTC의 레전드라는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데 이 스마트폰에는 500만 화소의 휴대폰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소니 똑딱이가 600만 화소 제품이니 화소만으로 따지면 그리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물론 휴대폰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의 화질비교는 의미가 없을만큼 일반 카메라의 압승입니다. 아무리 싼 가격의 똑딱이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휴대폰의 카메라보다는 더 좋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휴대폰 카메라를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그 작은 소니의 똑딱이보다도 더 휴대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을 켜고 카메라 어플에 들어가야 하는 3~5초 정도의 시간만 감수한다면 휴대폰의 카메라는 빠르고 작고 쉽습니다. 똑딱이의 모든 조건을 완벽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조금 부족한 화질 뿐입니다. 

제가 똑딱이가 아닌 메인바디로 현재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소니의 NEX-5와 파나소닉의 미러리스 제품들입니다. DSLR이 아닌 미러리스를 보고 있는 것은 역시 크기가 작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영상 촬영용 디지털 캠코더라면 당연히 소니의 VG-10 입니다. 당연히도 크기가 작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병적으로 크기가 작은 제품에 집착하는 모습이 변태스럽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소형디바이스에서 크기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 지인들 중에서도 DSLR을 구입하고 후에 다시 컴팩트를 구입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DSLR을 구입하고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왜그럴까요? 그런 분들을 보면 DSLR을 구입하고도 휴대하거나 사용하지는 않지만 종종 휴대폰으로는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시는 것을 미루어 본다면 바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을 찍고 싶어서 DSLR을 구입했지만 정작 가지고 다니기는 부담스러운겁니다. 그렇기에 비싸게 DSLR을 구입했지만 정작 사진은 찍지 못하는 것이죠.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그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 화질을 보여주느냐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화질이 어떻든 적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 찍고 싶은 순간에 찍지 못하는 것과 평범한 성능의 카메라라도 원할 때에 마음 껏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말할 수도 없이 큰 차이입니다. 사진이 내 손에 있느냐 없느냐 극명하게 나타나니까요.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저도 브레송 아저씨처럼 라이카를 스냅용 똑딱이로 가지고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너무 비싼 녀석이기 때문에 똑딱이라기 보다는 메인바디 취급을 받겠지만요.
그동안 휴대폰 카메라에 밀려서 책장에 올려져 있던 제 소니 똑딱이를 다시 충전했습니다. 600만 화소의 카메라라도 현재 2560 해상도를 사용하고 있는 제 모니터 하나 정도는 넘치도록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났으니 조만간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예전처럼 하루종일 돌아다녀볼 계획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찍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찍느냐겠죠. 
전 DSLR이 없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ㅎ

Posted by KIMCHUL
Camera & Photo 2011. 7. 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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