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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피 오 [ TPO ]

time, place, occasion의 머리 글자로, 옷을 입을 때의 기본원칙을 나타낸다. 즉 옷은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2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 한화 전에서 팝아티스트 낸시 랭이 시구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구는 마운드에서 포수에게 까지 공을 굴리는 것이었죠. 본인은 후에 트위터를 통해서 한국야구가 잘 굴러가기 바라는 마음의 퍼포먼스 였다고 밝혔다고 들었습니다.

자... 낸시 랭은 팝아티스트 입니다. 한마디로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대중의 소재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위 시구는 행위예술이라기 보다는 본인이 이야기 한 것처럼 퍼포먼스로 보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예술이건 퍼포먼스건 이번 낸시 랭의 시구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성한 마운드니 어쩌니 하는 말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야구선수도 아니고 야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마운드를 왜 신성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운드는 공을 던지는 곳이고 홈플레이트에서의 타자는 그 공을 방망이를 이용해서 쳐야 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야구는 그렇게 하는 스포츠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반이 말장난이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집니다. 마운드에서 공을 굴리고서 한국야구가 잘 굴러가기 바라는 퍼포먼스였다는 낸시 랭의 이야기가 그래서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예술이라도 TPO가 필요합니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서 같은 행위가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무작정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왜 너는 예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느냐',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느냐', '예술을 보는 눈이 없어' 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낸시 랭이 소복을 입고서 초혼을 한 후에 소복을 찢고서 안에 속옷만 입고는 꽹가리를 치며 춤을 춘다면, 그리고 후에 낸시 랭이 죽어가는, 힘들어하는 한국경재와 한국사회가 시원하게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퍼포먼스였다고 말한다면 저는 그것을 행위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낸시 랭이 실제 상가에 가서 상주에게 절을 한 후에 옷을 찢고 속옷만 입은 채 꽹가리를 치며 춤을 춘다면 저는 낸시 랭이 미쳤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퍼포먼스 후에 낸시 랭이 '슬픔을 벗어버리고 삶을 기쁘게 받아들이라는 퍼포먼스 였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도 저는 낸시 랭을 비판할 것입니다.

아무리 예술이라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입니다. 모나리자는 르부르에 걸려있기 때문에 모나리자 인 것입니다. 그 모나리자가 시장통 한 구석의 좌판에 놓여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이 진짜 모나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모나리자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이미 변해버린 것입니다. 대중예술은 그런 것입니다. 표현하는 것 만큼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낸시 랭은 마운드에서 공을 굴리기 전에 사람들이 이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예술은 본인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낸시 랭의 자신감을 좋아합니다. 똘끼라고도 볼 수 있는 그 기질을 좋아합니다. 나름의 소신으로 본인의 예술을 해나가는 모습이 저는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뭐든 열정으로 한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번 낸시 랭의 시구를 보고 혹자는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 예술가가 그냥 퍼포먼스 했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이야기 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티스트라는 사람의 좋은 의도를 담은 퍼포먼스라고 보아 넘겨도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팝아티스트, 디자이너, 음악가 등등 대중과 호흡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앤디워홀이 위대한 것은 예술이라는 품으로 대중의 것을 이용해서 대중을 끌여들였기 때문입니다. 대중에게 자신의 예술을 왜 몰라주느냐고 투정하면서 알아달라고 구걸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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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CHUL
Comments 2011. 10. 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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